어느 나라, 어느 직장에서나 직장인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75%는 자기 직속 상사와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주위 직장인들과 이야기해 보면 자기 매니저가 매니저 역할을 잘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자기 매니저뿐 아니라 다른 매니저들도 그리 잘 하는 것 같지 않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업무 평가는 대충하지, 업무 지시를 할 때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게 지시를 하지, 직원들의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점검하는 일은 자기 일이 아닌 걸로 알고 있지, 업무 분장은 왜 그렇게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지, 팀의 비전이나 미션은 커녕 다음 달 계획도 없는 것 같지...
여러분이 오늘 갑자기 매니저로 승진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어제까지 하던 일과 매니저 일이 어떻게 다른지, 매니저로서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누가 알려줄까요? 차상급 매니저가 뭘 해야하는지 자세히 알려주거나, 매니저가 되면 바로 매니저 교육을 보내주는 좋은 환경이라면 좀 낫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는 스스로 알아내야 할겁니다. 뭘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면, 그걸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직원들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알고 실천하게 되는 것은, 직원들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알게 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직원들의 장기 커리어 플랜을 함께 고민하고 매년 발전계획을 수립한 후 발전 정도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깨닫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커리어 플랜을 짜고 발전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체득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좋은 매니저 아래서 큰 사람은 좋은 매니저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한다는 것을 보고 익힙니다. 나쁜 매니저 아래서 큰 사람은, 저렇게 하지 말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래서 뭘 해야 하는지는 모릅니다. 매니저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는게 잘 하는 것인지 본 적이 있어야 배우지." 말단 직원은 자기 바로 윗 사람 한 사람의 기대만 만족시키면 되는데, 매니저는 데리고 있는 직원 수만큼의 서로 다른 기대를 만족시켜야합니다. (성격 더러운 클라이언트 한명을 상대하는 것과, 그냥 그런 클라이언트 여럿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 중 어느쪽이 쉽던가요? ^^) 서로 다른 기대와 요구 사항을 가진 그 직원들, 대부분의 경우 뭘 기대하는지 매니저에게 알리지 않습니다.
신입사원은 뭘 해야 하는지 자세한 지시를 받고 사수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만 입사 후 얼마 동안 밥값을 못해도 다들 이해해 줍니다. 매니저는 뭘 해야하는지 대게 스스로 알아내야 하고, 아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않지만, 처음부터 매니저 역할을 잘하지 못하면 아래 사람들에게 바로 욕을 먹기 시작합니다. 남들이 욕하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스스로 그 일이 잘 안된다는 걸, 그 일을 하면 힘들고 불편하다는 걸 느낍니다. 쓸만한 회사에서라면, 평직원일 때 제법 일을 잘하던 사람이 매니저로 승진하는 경우가 많겠지요. 스스로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해보면 힘들고 불편할 때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잘 하는 일을 계속 하는 겁니다. 매니저가 됐지만 그 전 평사원 때와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이죠. 직원들을 돌볼 생각은 안하고 업무만 팝니다. 팀의 계획은 수립하지 않고, 자기에게 떨어진 일만 열심히 처리합니다. 또 다른 선택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입니다. 평직원이 아니니 업무에서 손을 놓고, 매니저 역할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 안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매니저는 이 둘 중 하나인 경우가 아닌가요? 여러분의 매니저의 매니저가 훌륭한 매니저가 아닌 경우에는, 여러분의 매니저가 매니저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테니, 그냥 그렇게 지내도록 놔둘 것입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맡은 팀에 경력직 직원을 한명 뽑았습니다. 입사 며칠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마지막에 "제가 첫 출근하면 on board plan을 함께 보게 되는 건가요?"하고 물어보더군요. 입사 후 어떤 교육을 해 주고 어떤 업무부터 맡기겠다는 생각을 대충 하긴 했었는데, 문서로 작성해서 줘야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그 직원은 출근 첫날 on board plan을 받았습니다.
여러분들이 기대하는 모든 것을 이런식으로 매니저에게 지시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매니저가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도록 여러분이 조종(^^)할 수 있는 부분이 꽤 있을겁니다. 여러분이 매니저에게 기대하는 바를 매니저에게 잘 전달해 보세요. 누가 압니까, 여러분의 매니저가 뭘 해야 하는지 깨달을지도 몰라요. 혹시 깨닫지 못하더라도, 매니저에게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자꾸 생각하다보면 여러분이 매니저가 됐을 때 좋은 매니저가 될 확율이 더 높아질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