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을 되시길 바랍니다.

어딘가를 지나고 있었는데 스피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 "행복한 가을 되시길 바랍니다."을 들었습니다.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고객 여러분들께서 행복하게 가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겠지요. 하지만 "행복한 가을 되시길 바랍니다."는 그런 의미가 될 수 없습니다.

"행복한 가을 되시길 바랍니다."의 주어는 생략되어 있습니다. 무언가를 바라는 주체는 말하는 사람 또는 그 방송을 하는 주체(회사 또는 상점 등)겠지요. "저희는 ~ 바랍니다"의 중간에 들어간 절 역시 주어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누구"가 행복한 가을이 되실 것인가 생각해봅시다. 되는 것도 아니고 되시는 것이니 "가을"을 생략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고객이야 높여 말할 수 있지만 어찌 가을을 높이겠습니까. 그러니 저 이야기를 듣는 사람(아마도 고객이겠죠)이 행복한 가을이 되시라고 바란다는 것 같습니다. 무척 어려운 바람이네요.

우리는 즐거운 하루가 되라는 요구(?)를 받기도 하고, 우리가 행복한 가을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말을 잘 하게 되기를 소망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한글날 기념으로 올릴 수 있었지 말입니다.)

by A-Typical | 2007/10/10 13:38 | 차와 케잌과 수다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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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uNo at 2007/10/10 17:44
^^ 좋은 말씀입니다.
왠지 최근에 어디선가 들어 본듯한 어구인데...
모 마트에서 들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07/10/10 23:06
맞이하시라고 말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Commented by 현카피 at 2007/10/11 16:06
이런 주제의 글이 '있었지 말입니다'로 끝나는 건 좀.
^^
Commented by A-Typical at 2007/10/11 16:26
현카피, 의도한 반전이라고나 할까 ^^

사바욘의_단_울휀스님, 말이 되게 말 할 수 있지요.

juNo님, 라디오를 틀면 참 많이 나옵니다.
Commented by 현카피 at 2007/10/11 16:45
그랬군^^
Commented by navi at 2007/10/17 00:24
괜히 지나가다가 덧붙입니다. :) 정현종 시인께서도 옛날에 "좋은 하루 되라"는 말이 너무 이상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어요. ㅋㅋㅋ
Commented by A-Typical at 2007/10/18 09:46
navi님, 예뻐지라는 것보다 더 어려운 요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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