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와 노블리스 오블리제

비행기에서 기내지의 Alexandra the Great이라는 기사를 읽다가 눈물이 났습니다.

Alexandra "Alex" Scott은 첫돌 직전에 소아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만 세살 때는 독한 치료 때문에 입안이 헐어서 말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다른 소아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레모네이드 장사를 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말은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자 레모네이드 스탠드를 해 보겠다고 부모를 조릅니다. 부모는 내키지 않았지만 허락하고 의사에게 $20 정도 Alex가 기부할 것이라고 말해둡니다.

Alex가 집 앞에 레모네이드 스탠드를 열기 전날 Alex의 이모가 레모네이드 홍보를 위해 지역 신문에 이 사실을 알리자 지역 신문은 이 내용을 기사로 실었습니다. 다른 암환자를 위한 암환자 소녀의 레모네이드 스탠드 기사를 읽고 감동한 사람들이 레모네이드 스탠드를 열기도 전부터 차를 몰고 와서 레모네이드 한잔을 사기 위해 기다렸고, 아침 11시에는 집앞에 줄을 선 차들로 길이 꽉 막혔다고 합니다. Alex는 레모네이드를 한잔에 50센트(약500원)에 팔았지만, 5불, 10불, 20불(약 2만원)에 사간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날 Alex는 2000불(약200만원)을 모금했습니다.

Alex의 부모는 레모네이드 장사를 딱 한번 하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Alex는 계속 하고 싶어했습니다. 좀 더 강력한 치료를 위해 이사를 간 필라델피아에서도 10월의 어느 쌀쌀한 날 레모네이드 스탠드를 열었습니다만 날씨 탓인지 600불밖에(?) 모금을 못했습니다. 그 다음 봄에 다시 레모네이드 스탠드를 연 날은 경찰이 교통 통제를 했어야 했고, 필라델피아 프로농구팀 Sixers의 general manager도 레모네이드를 사러 들러 500불을 내고 갔습니다. 그날 매상은 만5천불(약 천오백만원)이었다는군요. 이후로 Alex는 레모네이드를 공짜로 제공하기로 결정합니다. 성금은 계속 받고 말이죠.

프로농구팀 Sixers는 Alex를 Hometown Hero로 임명합니다. Alex는 Oprah Winfrey Show에도 나오고, 전국 신문에도 기사가 실리게 됩니다. 2004년 3월 어느 인터뷰에서 Alex는 지난해 목표 모금액이 10만불(약 1억원)이었는데 달성했다고 밝힙니다. 그리고, 2004년 목표는 100만불(약 10억원)이라고 말했습니다. Alex의 아이디어가 전국에 퍼져 2004년 7월에 전국적으로 소아암 환자를 위한 레모네이드 스탠드가 300개를 돌파합니다. 그리고 그해 10월 Alex는 8살의 어린 나이에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많은 이러한 류의 운동들이 창시자가 죽으면 시들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Alex의 경우엔 그렇지 않았다는군요. Alex가 소아암에서 다 나아서 레모네이드 스탠드를 연 줄 안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Alex는 여전히 암 환자였고, 투병중에, 자신의 죽음이 그렇게 가까이 있었는데도, 다른 아이들을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암환자를 위한 레모네이드 운동은 더욱 활발해 졌다고 합니다.

2004년의 목표액 1 million은 가볍게 달성됐습니다.(놀랍죠?) 그럼 Alex의 2005년 목표 모금액은 얼마였을까요? Brother(영어로 brother면 오빠인지 남동생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어요. 투덜투덜)에게 2005년의 목표액은 gazillion(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수라고 생각하면 됨. 지구상의 돈을 다 모아도 택도 없음)이라고 했었다는군요. 그랬다가 좀 더 현실적이 되자는 생각에 5 million(50억원 정도)으로 낮췄다고 합니다. 3 million 정도가 현실적인 숫자라고 하는 걸로 봐서 그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기사에서는 Alex의 목표는 현실적인적이 없었지만 항상 이루어졌다면서 미국인들, 분발하자고 끝맺음을 하네요.

Alex는 너무 어려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것을 몰랐나봅니다. 그래서 자기보다 더 돈이 많고 더 높은 사람들이 사회에 베풀지 않는 것을 비난하면서 기다릴 줄 몰랐나봅니다. 그래서 큰 일을 이뤘나봅니다.

아니, 어쩌면 이 사회에 "노블"한 사람들은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Alex처럼 고귀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요? 고귀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에 아름다운 영향을 끼쳐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말이죠, Alex의 레모네이드 모금함을 채워준 사람들도 영혼이 고귀해서 노블한 사람들이었답니다.
Alex's Lemonade Stand 홈페이지

by A-Typical | 2005/06/21 10:05 | 나름 진지한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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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john's egloo at 2005/06/23 13:14

제목 : 역사는 꿈꾸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A-typical 님의 이글루에서 트랙백. 사실 저 '역사는 꿈꾸는 사람으로 부터 시작되는 것' 이라는 말은 올해초인가에 알렉산더라는 영화에서 화자가 마지막에 알렉산더를 가르켜 '꿈꾸는 자만이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라고 했던 말을 조금 바꾼 것이다. 영화를 본 그 당시 저 대사를 들으면서 영화의 내용이 3초만에 쫘 악 압축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데, 이 아이 알렉스의 경우도 저 알렉산더와 별반 다른 경우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나도.. Alex와 노블리스 오블리제...more

Commented by kuroneko at 2005/06/21 10:15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이런 글은 간만에 읽어보내요. 정말 고귀한 영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도 '내가 내는 돈이 정말 제대로 쓰여지는지 알 수 없으니까..투덜투덜'하면서 기부를 하지 않는 것을 반성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뭔가를 해야겠습니다.
Commented by 玄修 at 2005/06/21 10:48
알렉산드라는... 세상을 환하게 해 주고 갔군요...
Commented by 쿨짹 at 2005/06/21 11:43
와우.. 대단한 영혼인데요 ^^ 분명히 Angel Alex는 저 위에서 웃고 있을 거에요...
Commented by Nariel at 2005/06/21 11:47
눈물이 나네요. 정말 아름다운 영혼입니다..
Commented by 에린지움 at 2005/06/21 14:31
부끄럽습니다...
Commented by 코아 at 2005/06/21 18:24
교육을 적게 받거나 많이 받은 것이 문제가 아니군요.

코아도 구성원의 지위나, 학력이란 손가락만 보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부끄러워집니다.

사회 구성원의 행동을 보는 것. 바로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이 아닌 달과 달을 바라보는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는 구성원들이 같이 사는 사회가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

항상 텍스트만 보다가 처음으로 피드백을 보냅니다.
균형 잡힌 시각에 항상 감사하면서 읽고 있었답니다.

Commented by 월덴지기 at 2005/06/22 13:16
콧등이 시큰해지는 글이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반성하고 갑니다.
Commented by 까탈 at 2005/06/24 09:16
ㅠㅠ....ㆀ
Commented by Feena at 2005/07/09 20:06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슬쩍 보게 되었습니다.
에에.. 감동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happyalo at 2005/07/13 06:36
인간 천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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